첫 출근 전 날 밤
2019. 7. 2.
여자는 엉거주춤 걷는다. 여자는 여자이기 위해, 격주로 주사를 맞는다. 주사를 맞고 나서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아주 가끔 재수가 없으면 걸음이 불편할 만큼 아프다. 에스트라디올. 또는 데포. 주사의 이름이다. 태생을 거부한 여자들에게 주어진 핸디캡이다. 여자는 거울 속 자신을 본다. 짧은 머리카락과 울퉁불퉁한 몸.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끔찍하다. 그래도 여자는 묵묵히 내일을 준비한다. 내일은 새 직장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트랜스젠더. 라고, 사람들은 여자와 같은 이들을 불렀다. 트랜스젠더라는 말 덕분에 여자는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라는 말이 달가웠던 적은 없다. 다양성을 존중하기로 유명한 모 팝 가수는 노래로 말했다. '신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여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