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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tea

첫 출근 전 날 밤

 

여자는 엉거주춤 걷는다. 여자는 여자이기 위해, 격주로 주사를 맞는다. 주사를 맞고 나서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아주 가끔 재수가 없으면 걸음이 불편할 만큼 아프다. 에스트라디올. 또는 데포. 주사의 이름이다. 태생을 거부한 여자들에게 주어진 핸디캡이다. 여자는 거울 속 자신을 본다. 짧은 머리카락과 울퉁불퉁한 몸.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끔찍하다.

 

그래도 여자는 묵묵히 내일을 준비한다. 내일은 새 직장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트랜스젠더. 라고, 사람들은 여자와 같은 이들을 불렀다. 트랜스젠더라는 말 덕분에 여자는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라는 말이 달가웠던 적은 없다. 다양성을 존중하기로 유명한 모 팝 가수는 노래로 말했다. '신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여자는 생각한다. 신도 실수를 한다고. 만약 여자가 모시는 하느님께서 뜻하신 바가 있어 여자를 이와 같이 빚으셨다면, 하느님께서는 여자를 너무 과대평가하신 게 틀림없다고.

 

아주 어릴 적부터 여자는 박해를 받았다. 박해라는 말을 이해하기도 전부터 박해를 받았다. 세상이 여자를 미쳤다고 손가락질 했다. 그래서 여자는 스물 하고도 몇 해 동안 자신이 미친 줄 알고 살았다. 하지만 여자는 미치지 않았다. 숱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

 

이제 하룻밤만 자면 여자는 다른 여자들이 그렇듯, 아침밥을 챙겨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화장을 할 것이다. 산업단지 빌딩을 밝히는 불빛 속에 묻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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