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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9

2019.07.09(TUE)

 

. 면접에 떨어졌다. 나이 서른에 이렇다할 경력도 스펙도 없는 내가 그나마 의존한 건 포트폴리오였는데, 오늘은 그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이것은 디자인이라 볼 수 없다'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아. 어떡하지. 어찌 되었든 나는 오늘 고생을 했고, 어디선가 위로를 받아야 했다. 나에게 2천원 짜리 와플을 선물했다.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 내가 기억하는 나는 정말 나의 전부일까. 이 생각이 나를 수 년 째 괴롭게 한다. 내가 잊고 살았던 어느 순간에 나는 누군가의 삶에 어떤 존재였을까. 모든 사람에게 철저히 무해한 존재였고 그런 존재이고 그런 존재로 예비되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한다. 느끼는 감정은 불안과 공포. 만약 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회적 소수자가 아니었다면 조금 달랐을까? 나와 다른 사람을 가장 많이 구분짓는 건 언제나 자신이다.

. 세상에는 참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다. 흔치 않고 귀하다. 20대를 혼란 속에서 보낸 뒤 얻은 지혜는, 그 사람들을 '잘' 대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열심히 말고, 잘. 잘 해야 한다고. 그래서 난 많은 후회를 했다.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내가 트랜스젠더임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해 어떤 소문이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들을 내가 어떻게 대했는지는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런 나에게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 세상 아직 살 만한 곳이다.

. 보고 싶다. 안고 싶고 안기고 싶다. 하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은 너무 초라하다. 예전에 사랑받던 그 때 내 모습이 아니다. 화장을 고치고 고쳐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차마 다가설 엄두를 못 낸다. 이렇게 또 한 번 어긋나겠거니 생각하면 쓴 웃음이 흐른다.

. 그래도 보고 싶다. 안고 싶고 안기고 싶다. 내일부터는 저녁을 굶어볼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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