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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atea

주변인의 죽음

 

주변인의 죽음을 몇 차례 경험했다. 20대 때의 일이다. 네가, 그리고 네가 왜 그토록 허무하게 죽음으로 떨어지고 말았던 것인지 아직도 나는 모른다. 가끔은 원망하는 마음이 북받쳐 올라오기도 한다. 내가 지금 사는 모습을 너희가 안다면 내게 무슨 말을 할 지를 궁금해하곤 한다. 온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가열차게' 살던 나는 회사원이었다가 백조였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그런 흔하고 초라한 청춘이 되었다. 이런 내 모습을 너희는 상상했을까. 너희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나랑 무슨 말을 주고 받았을까. 나는 그런 상상을 한다. 너희가 살아있었다면. 하고.

 

처음 네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너무 황망했다. 성소수자 1인의 죽음으로 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내가 너무 이상해서, 너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특징들을 조각조각 머릿속에 그러모으는 데에 하루를 썼다. 그리고 그날 밤에 술을 먹으며 펑펑 울었다. 어떻게 집으로 기어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안경 알이 나가 있었다. 너는 정말로 어처구니 없을 만큼 착한 아이였다. 화를 낼 줄 모르는 아이였다. 나에겐 이 사실이 중요했다. 네가 바지를 입기도 하고 치마를 입기도 하는 아이라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너는 아무런 예고 없이, 어느 통계 속의 숫자 1이 되어 내 세계에서 사라져버렸다.

 

네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앨라이(성소수자 지지자) 1인의 죽음으로 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내가 너무 이상해서, 세상에 네가 남긴 목소리들을 하나 둘 찾아 들으며 너를 경험했다. 조문은 가지 못했다. 조문을 하러 가는 길에 기사가 떴다. 일찍 닫혔다고. 그래야 했을 것이다. 이해는 갔다. 하지만 난 자신에게 화가 났다. 십 분이라도, 오 분이라도 더 일찍 움직였다면 그 십 분, 오 분 만큼의 죄책감은 덜었을지도 모른다. 너는 꼭 너의 목소리만큼 곱고 선한 사람이었다. 비록 멀리서 소통했을 뿐 네 가까이 다가가진 못 했지만, 나는 분명 너에게 도움을 받았고 은혜는 갚지 못했다. 너도 그랬다. 정말이지 아무런 예고가 없었다. 너도 그렇게 어느 통계의 숫자 1이 되어버렸다.

 

너희가 내 세계에서 사라진 방식에 대해 고민할 때마다 나는 너무 아팠다. 이게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직 살아있다. 한두 번은 옷걸이를 목에 걸고 정신을 차렸고 또 한두 번은 베란다 앞에서 다리를 들어올릴지 말지 망설였지만. 사람은 고립되어 있다 생각해도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나의 죽음은 반드시 누군가의 가슴에 깊숙하게 박혀 뽑아낼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너희들의 죽음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차마 죽지 못 해 아직 잘 살아있다. 살아있는 김에 감히 행복할 엄두를 내고 있다.

 

보고 싶다. 얘들아. 왜 죽었던 거니. 내가 어떻게 해야 뭔가 달라질 수 있었던 거니. 나는 평생 너희에게 맘속으로 말을 건내며 살아갈 것만 같다. 살아있는 너희 목소리를 듣고 싶다. 아주 멀리서라도 듣고 싶다. 너희들이 나와 같은 하늘 아래 어디선가 당연히 잘 살고 있겠거니, 조금 무심한 그런 마음으로 너희를 기억하고 싶다. 그런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린 지 너무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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