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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9

2019.07.13(SAT)

 

. 긴 텍스트나 영상에 집중하는 게 어렵다. 의식이 늘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다. 내 머릿속엔 가상의 공동체가 있는데,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그 공동체에 내가 시민으로서 있을 수 있는지 취조하는 데에 쓴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크게 위안이 되지 않는다. 이미 일상의 효율은 극히 떨어졌고 난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살아있는 것이 곧 벌이라는 오랜 망상이 그림자처럼 내 뒤를 밟고 있다.

.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 꼭 10년이 지났다.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 2016년 겨울 이후 내 삶은 더이상 뜨겁지 않다. 데일 일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가끔씩 냉소를 흘리는 자신을 발견할 때 괴로운 마음이 든다. 나도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무관심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래도 정말 괜찮은지.

. 완벽하고 순결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기능이 파괴되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면 나는 좋은 사람이 된다.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면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된다. 하지만 순간일 뿐, 누구도 나와 늘 함께일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나는 자신을 증오하고 스스로 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끝없이 타인의 인정에 기생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느리게 흐를 때가 있다. 시간을 빨리 흘려보내도록 하려는 대부분의 시도는 실패한다. 나는 아무 곳에도 나가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은 채 죽어있다. 그래서 난 혼자 살면 안 된다. 혼자 살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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